실키의 어느 하루 / 장호병
생은 짧고, 수컷의 하루는 길다. 몇 번이나 들어보았음직한 이 한 마디에는 생명체들의 세상 진리가 다 들어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리라. 실키. 그가 나의 산장에 온 지 꼬박 아홉 달을 채우고 있다. 양력 정월 열이틀, 살을 에는 밤 팔공산을 넘어 이곳 보현산 자락까지 흘러왔다. 민들레 홀씨가 양지 음지를 가리지 않고, 바위틈에 자리 잡든 비옥한 땅을 차지하든 그것은 민들레의 의지가 아니라 바람의 소관이듯 실키의 운명 또한 그가 관여할 수 있는 바는 아니었다. 그의 본명은 실크 팔리쉬. 깃털은 흰 비단실처럼 가늘고 눈이 부시다. 그는 팔공산 수태골 어느 팬션에서 야생으로 방목되던 관상용 수탉이다. 내가 정작 관심을 두었던 것은 몸집이 작고 꼬리가 아름다운 태국산 싸움닭이었다. 야생 닭을 사로잡는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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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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