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경 / 심보선 1// 비가 갠 거리, XX 공업사의 간판 귀퉁이로 빗방울들이 모였다가 떨어져 고이고 있다. 오후의 정적은 작업복 주머니 모양 깊고 허름하다. 이윽고 고인 물은 세상의 끝자락들을 용케 잡아당겨서 담가 놓는다. 그러다가 지나는 양복신사의 가죽구두 위로 옮겨간다. 머쉰유만 남기고 재빠르게 빌붙는다. 아이들은 땅바닥에 엉긴 기름을 보고 무지개라며 손가락으로 휘젓는다. 일주일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지독한 무지개다...... 것도 일종의 특허인지 모른다.// 2// 길 건너 약국에서 습진과 무좀이 통성명을 한다. 그들은 다 쓴 연고를 쥐어짜내듯이 겨우 팔을 뻗어 악수를 만든다. 전 얼마 전 요 앞으로 이사왔습죠. 예, 전 이 동네 20년 토박이입죠. 약국 밖으로 둘은 동시에 털처럼 삐져나온다. ..
시詩 느낌
2021. 7. 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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