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부딪히면흐느끼고 고이면비치더라

프로필사진
  • 글쓰기
  • 관리
  • 태그
  • 방명록
  • RSS

부딪히면흐느끼고 고이면비치더라

검색하기 폼
  • 분류 전체보기 (3258)
    • 시詩 느낌 (450)
    • 수필 읽기 (2133)
    • 습득 코너 (666)
  • 방명록

심선경 (1)
닭들은 날아본 기억이 있을까 / 심선경

층층으로 된 5톤 트럭에 닭들이 한가득 실려 간다. 닭장 문은 바깥쪽으로 단단히 잠겨 있다. 농장 주인이 닭장 트럭에 마구 집어 던졌을 때의 모습인 양, 꺾인 날갯죽지를 미처 정리하지도 못한 어정쩡한 자세로 좁은 철장에 꽉 끼어 있다. 사력을 다해 파닥거려 보지만, 움직이지 않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되려는지, 불안한 차체의 흔들림과 함께 이런 갑작스런 외출이 그저 낯설고 황망할 뿐이다. ​ 트럭이 비탈길을 휘돌아간다. 중심을 잃을 때마다 시간의 속도를 발톱으로 제어해보려는 닭들은 간헐적인 신음소리를 낸다. 하지만 속도는 잡지 못하고 애꿎게 뽑힌 제 몸의 겉 털만 철망 사이에 어설프게 꽂힌다. ​ 위..

수필 읽기 2020. 5. 30. 22:02
이전 1 다음
이전 다음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Blog is powered by Tistory / Designed by Tistory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