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 / 염귀순
그와의 작별은 예견된 것이다. 그의 소리는 나지막한 허명으로 다가왔었다. 한 계절이 익어갈 무렵,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이라고 읊조리던 사람들 마음 바닥에서부터 배경 음악처럼 깔려 있었다. 그가 오는 소리는 곱디고운 단풍이 생의 마지막 절정을 불태우던 가을 나무속에도 있었고, 끝물을 날려 보낸 잎새들이 바람에 공중그네를 타며 낙하하던 순간에도 엎드려 있었다. 마른 낙엽으로 구르던 어느 길모퉁이에도 스며 있었다. 그렇게 가만가만 우리 곁으로 왔었다. 그의 존재란 많은 의미를 함유한다. 시도 때도 모호하여 시작도 끝도 없던 순간에 시간의 마디를 만들고, 계절을 나누고, 해를 구분한 끝자락마다 매듭을 만들고, 계절을 나누고, 해를 구분한 끝자락마다 매듭을 짓듯 세워 둔 그 한 해의 ..
수필 읽기
2022. 2. 22. 09:00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