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 톨의 철학 / 김형진
“맨땅 천 길을 파 봐라, 어디 쌀 한 톨이 나오는가.” 부엌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음성에는 견고한 믿음이 실려 있다. 또 막내가 밥알 붙은 솥을 그대로 씻고 있었나 보다. 이 근년에 와서 어머니의 관심사는 온통 쌀 한 톨에 집중해 있는 듯싶다. 불편한 거동으로도 끼니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밥솥을 살피고 수시로 쓰레기통을 검사한다. 그러다 밥알 붙은 솥을 그대로 씻어 내거나, 누렇게 식은 밥 한 술이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하면 매번 그 끝없는 잔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그까짓 밥알 몇 개가 무슨…….” 막내의 불평은 어머니의 할머니답지 않은 큰 소리에 주눅이 들어 버린다. “뭐시 어찌야, 이까짓 밥알이야…….” 거실에서 할머니와 손녀의 말다툼을 듣고 있는 나로서는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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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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