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 천복자
한때는 다섯 마리의 잉꼬들이 들어있어 복잡하던 새장에, 이제 혼자 남은 써니 Sunny의 점심 식사가 한창이다. 모이통에 담긴 그냥 조 알갱이는 별로 즐기지 않는 그녀가 열심히 쪼아 먹고 있는 것은, 막대기에 조와 꿀, 비타민제를 버무려 부쳐놓은 과자 같은 모이다. 점심 식사를 마친 써니는 횟대에 잠시 올라앉았다가, 거울이 달린 곳으로 가서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열심히 지저귀기 시작한다. 친구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이후, 남편과 아이가 친구를 대신하라고 사다 걸어놓은, 자기와 똑같이 생긴 플라스틱 새에게 써니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제 벌써 8살이 된 써니가 얼마나 더 우리 곁에 머물지는 알 수 없지만 (수의과 의사는 잉꼬가 10년을 살면 많이 사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수필 읽기
2021. 10. 28. 09:17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