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초상 그리고 어머니 /구활
아버지를 뵈온 적이 있지만 기억하지는 못한다. 봤지만 인식하지 못하면 본 게 본 것이 아니다. 아버지는 네 살 때 열반의 바다를 건너 입적하신 무정한 사람이다. 내 남동생이 태어난 지 오십팔일 만이었다. 나는 ‘현실 속의 안목’과 ‘의식의 눈뜸’이 다르다고 믿는 사람이다. 아버지를 의식이 기억할 수 없는 유아기에 만났기 때문에 지금도 꼭 집어 뵈온 적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아버지는 항상 타인이다. 아버지를 만난 건 순전히 어머니의 말씀 때문이다. 태초의 빛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빚어 진 것과 같이 아버지는 어머니의 말씀 속에서만 존재하셨다. 어머니의 험담으로 엮어지는 아버지의 일대기 속의 에피소드는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수필이다. ‘아버지는 시원찮은 사람’이라는 전제로 시작되는 어머니의 넋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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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2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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