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 보살 / 김지희
거미가 까마득한 허공에 집을 짓는다. 방사형의 살들을 도래방석처럼 엮어간다. 거미는 지지실을 타고 중심축을 오가며 쉬지 않고 동심원을 반복한다. 집의 중심인 바퀴통에 떡하니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 외줄을 타는 무동처럼 아찔하다. 청도 운문사의 비로전 천장 대들보에 단청이 희미해진 배 한 척이 걸려있다. 뱃머리와 고물이 용머리 생김새인 나무배에는 줄에 매달린 동자승이 있다. 불퇴전의 화신 동자보살은 장난기 머금은 표정으로 악착스레 외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한순간 마음의 중심을 잃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사람들을 보살피느라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자보살이라 부르기도 하고 악착보살이라고도 한다. 악착보살의 이야기는 구전으로만 전해진다. 옛날에 청정하고 신앙심 깊은 이들을 서방의 극락정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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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2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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