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사람 이야기 / 김진악
남들도 그러기에, 어느 화사한 봄날, 집사람 칠보단장을 시켜서 부부동반 나들이를 하였다. 장안에서도 한복판 명동 거리를 바자니는데, 유리창 속에 벌여놓은 금은보석을 구경하고, 옷가지도 들여다보는 눈요기를 할 만하였다. 청승맞게 둘이서 손을 잡고, 동서남북 기웃거리는 꼬락서니가 오래간만에 상경한 와룡선생, 바로 그 모양새였다. 배가 촐촐하여 아내가 소원이던 자장면을 먹고, 리어카 목판에서 구슬 가방도 하나 골라 샀다. 가난한 남편의 호주머니가 달랑달랑하였으나, 예까지는 아무 탈이 없었다. 안사람은 좋은 남편을 두었다고 행복이 넘치는 듯하였다. 입가심으로 아내가 석 달하고도 열흘 동안 비싸다고 되뇌인 커피도 마셨으니 말이다. 사건은 버스정류장에서 벌어졌다. 어쩌다가 보는 옛친구와 만났다. 서로 가벼운 악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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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2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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