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입선 도포를 입은 양반이 선비를 만나 통성명을 하려고 마주 엎드려 절을 하는데, 초랭이가 달려와서 엉덩이로 양반의 머리를 깔고 앉는다. 정자관을 쓴 양반의 이마가 흙바닥을 찧는다. 그래도 양반은 웃는다. 양반이 사대부의 자손이라고 말하니, 선비는 팔대부의 자손이라고 비꼬고, 양반이 사서삼경을 읽었다고 하니, 선비는 팔서육경을 읽었다며 빈정댄다. 그래도 양반은 웃는다. 웃을 때는 턱이 먼저 덜렁거린다. 콧등 좌우에 붙어있는 밤톨보다 굵은 콧방울에는 움푹 뚫린 콧구멍이 벌름댄다. 눈 아래에서 광대뼈로 이어지는 길고 두툼한 근육이 입꼬리를 당겨서 귀에 건다. 실눈을 감싸고 있던 눈꺼풀이 길게 호를 그리며 내려오다가 볼록한 애교살의 끄트머리를 잡고 관자놀이까지 휘달린다. 미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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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2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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