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나절에 눈이 살포시 내리더니 날씨가 포근하고 어느덧 하늘은 코발트 그레이로 개며 햇볕이 죄어든다. 오랫동안 난로 온기에 생명을 유지해오던 고무나무와 포인세티아 분을 햇볕이 쬐는 곳으로 옮겨주었다. 포인세티아는 이파리가 다 져서 후리후리한 키에 빨간 꽃만 이고 있는데 바람이라도 불면 바람개비가 되어 뱅뱅 돌것만 같다. 뜰의 작은 장미 나무는 뿌리 언저리에 덮어준 노란 왕겨와 그 위에 아직 녹지 않아 희끗희끗 햇빛을 받고 흰 빛깔로 반짝거리는 눈을 이불 삼아 잠자고 있는 듯 섰어도 어딘지 봄 냄새를 풍긴다. 좁은 마당 한복판에 양자배기를 내놓고 더운 물을 붓고 거기다 가루비누를 풀어 빨래를 했다. 늘 방구석에 화분처럼 앉아서 그림만 그리거나 무슨 생각에 잠겨만 있다가 이렇게 포근한 양지 쪽에서 빨래를 주..
수필 읽기
2021. 3. 11. 08:41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