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훈한 바람이 얼굴을 간질이는 오후, 늘 다니는 야산으로 산책을 나갔다. 아직은 좀 이른 철인데도 볕바른 곳에는 벌써 봄이 한창이었다. 마치 무한히 큰 함지박에 봄을 가득 담아다가 이곳 양지바르고 옴팍한 곳에 덜퍽지게 부어놓은 것 같다고나 할까. 제비꽃·양지꽃·별꽃 등 앙증맞은 꽃들이 바위틈이며 마른 풀숲 사이 여기저기에 깜찍한 모습으로 피어나고, 탐스러운 원추리 새순이 수북하게 돋아 있었다. 위를 쳐다보면 노란 생강나무꽃이 햇볕을 받아 눈이 부셨다. 산벚꽃도 머잖아 만개할 것 같았다. 머리 위에서는 멧비둘기의 구구대는 애절한 울음소리, 저쪽 능선에선 장끼의 힘찬 외침과 날갯짓하는 소리가 산골을 울렸다. 춘치자명春雉自鳴이라 했던가. 봄이 오기 바쁘게 성급한 녀석들이 벌써 짝을 부르느라 한층 소란스러웠다...
수필 읽기
2022. 2. 9. 08:15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