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이 서문을 읊는다. 마이크에 기름을 바른 듯 반지르르한 말이 굴러 나온다. 경매사는 넘어서는 안 될 선까지 마음대로 넘나들며 흥정을 붙인다. 지긋이 묵상하는 구경꾼들 등줄기에 실핏줄이 일어선다. 시간을 추리하려는 사람들의 인기척을 가만가만 듣고 있는 촛대 하나가 마음을 졸이고 있다. 한 해가 가기 전 매출이라도 올리려는 걸까. 경매사의 목소리에 고이는 힘이 만만찮다. 사람들의 잠자던 손가락이 눈을 열고 서성거린다. 물건은 전파탐지기를 매단 고래가 된다. 큰 화면으로 그를 보며 둘째손가락으로 왼쪽을 쉼 없이 클릭, 클릭하는 사람들. 마우스는 설렌다. 여체를 조각한 목각 인형에게도 극적인 장면이 나올까. 새소리마저 죽은 금요일 밤, 경매장의 열기는 뜨겁다. 잠시 쉬고 있는 나에게 DNA가 두드린다. 휴지기..
수필 읽기
2021. 12. 13. 15:40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