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내렸다. 새벽부터 시작된 눈은 아침나절까지 계속 내린다. 귤나무 사이가 하얗다. 샛노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풍채 좋게 가지를 늘어뜨린 나무는 눈 속에서도 여유롭다. 고된 세월을 살아낸 생명이 뿜어내는 힘이랄까. 앙칼진 겨울바람에도 ‘이쯤이야!’ 하는 배짱이 느껴진다. 창밖으로 시선을 두며 찻물을 올린다. 잠시 후 주전자가 뜨거워진 몸을 떨며 수증기를 토해낸다. 들썩이는 주전자 뚜껑 사이로 뿌우우 기적 같은 소리가 가파르게 울린다. 그날도 눈이 왔었지. 기억은 숨 가쁜 열차를 타고 눈 오는 이른 아침에 도착해 있다. 여덟 살 되던 해 겨울, 며칠 동안 내린 눈으로 동네는 온통 하얀 눈밭이었다.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빨리 일어나라. 얼른 일어나!” 기상나팔 같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두어 번은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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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 2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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