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토막글 4쪽 / 유경환
절가는 길 통나무를 짤막하게 잘라, 비탈진 산길에 가로 박아놓았다. 시멘트나 돌층계와 다른 부드러움을 받는다. 절 스님이 만든 나무층계이리라. 오래된 모습, 드러난 껍질엔 곰팡이버섯이 돋아있다. 길 양쪽에 소나무들이 들어차 터널이 된 산길은, 바람의 통로처럼 시원했다. 길을 덮다시피 한 솔가지는 볕을 막아 그늘이 두껍고 솔향까지 향긋이 괴었다. 솔바람은 어느 새 땀방울을 걷어갔고, 적요 한가운데서 저절로 두 팔이 올라가 가슴이 펴졌다. 심호흡을 시작하니 가슴 아래 복부까지 상쾌했다. 이런 맛에 산에 오는 것이다. 아무도 묻지 않는데, 대답을 나 스스로에게 했다. 미처 다 삭지 아니한 붉은 솔잎이 뿌리 틈새에 남아 있다. 솔잎도 낙엽이 되면 붉어진다. 한 세상을 살고 다른 세상으로 가는 과정에서 색깔이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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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1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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