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바위였다고? / 박병률
나는 바위다. 산꼭대기에 울타리처럼 쳐있고 숲이 나를 떠받치고 있다. 내 몸이 안개에 싸였다가 걷힐 때 어떤 등산객은 나를 ‘신처럼 여기며’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사진사는 ‘와 멋지다’고 큰소리를 하면서 카메라를 연신 들이댔다. 나는, 내가 높은데 산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우러러본다는 착각 속에서 내 안의 뿌리가 썩는 줄 몰랐다. 천둥·번개 치고 비바람이 불던 어느 여름, 사람 머리통만 한 몸 일부가 떨어져서 산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데굴데굴 굴러서 큰 소나무에 기대고 있었다. 소나무에 말을 걸었다. “여기가 어디야?” “천불동, 너는 어디서 굴러온 돌멩이니?” “내 뿌리는 설악산 울산바위야,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높이가 950m나 된단다. 나를 몰라보다니….” 바위는 돌멩이라는 말에 화가 치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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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8. 1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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