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 김소운
계절 중에서 내 생리에 가장 알맞은 시절이 겨울이다. 체질적으로 소양小陽인 데다, 심열心熱이 승하고 다혈질이다. 매양 만나는 이들이 술을 했느냐고 묻도록 얼굴에 핏기가 많고 침착 냉정하지 못해 일쑤 흥분을 잘한다.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김 나는 뜨거운 것보다는 찬 음식을 좋아한다. 남국에서보다는 눈 내리는 북극에 살고 싶다. 그러면서도 유달리 추위는 탄다. 추위에 대한 저항력이나 자신으로 겨울을 좋아하느니보다, 추위 속에서 그 추위를 방비하고 사는, 추위는 문밖에 세워 두고 나 혼자는 뜨끈하게 군불 땐 방 속에 앉아 있고 싶은, 이를테면 그런 ‘에고’의 심정이다. 눈보라 뿌리는 겨울 거리에 외투로 몸단속을 단단히 하고 나선, 그 기분이란 말할 수 없이 좋다. 어느 때는 외투라는 것을 위해서 겨울이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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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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