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잘 늙고 있다 / 허창옥
밀면 먹으러 간다. 시원하다, 맛이 괜찮다, 로 의견일치를 본 점심메뉴다. 골목을 걷기 시작하자마자 그와 나 사이에 10m쯤의 간격이 벌어진다. 워낙 키 차이가 난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가는 마음이 편안하다. 젊었을 땐 서로 보폭을 맞추어서 걷고, 자주 손을 잡고 걸었다. 그때 오늘처럼 그가 앞서 걸었다면 아마 다투었을 것이다. 그는 대체로 자상하며 나를 잘 살피는 사람이었다. 우린 늙어가고 있다. 문득 그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는 예사롭게 혼자 걸어가고 나는 또 그런 그가 전혀 고깝지가 않다. 잠깐 돌아보고 섰다가 그가 식당으로 들어간다. 자연스럽다. 우리 이렇게 편하게 늙어가고 있다. 물론 지금보다 더 늙어서 그와 나 둘 중 하나가, 아니면 둘 다 걸음걸이가 불안하거나 아주 불편해지면 다시 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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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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