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벽에 귀가 달려 있다 / 조일희
딩동! 밤 9시다. 얼굴에 팩을 붙인 채 현관문 외시 경에 눈을 갖다 댄다. 모르는 얼굴이다. “누구세요?” “아랫집에서 왔는데요. 우리 집 천장에서 물이 새서요.” 다급한 내용에 벌컥 문을 연다. 두툼한 몸집의 여자가 집안으로 고개를 들이밀며 아래층부터 담아온 말을 콸콸 쏟아낸다. “저기요, 오늘 밤 물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근데 혼자 사시죠?” 이 무슨 맥락 없는 질문인가. 마사지 팩을 뒤집어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이른 시간이다. 검은 박스를 든 남자와 플라스틱 양동이를 든 여인이 찬바람과 함께 문 앞에 서 있다. 수도 공사를 하러 온 아저씨와 보조로 따라온 그의 아내다. 아저씨가 둥근 헤드폰을 끼고 방바닥 가장자리를 훑는다. 정밀한 작업에 방해될까 뒤꿈치를 들고 베란다로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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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2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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