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송雨頌 / 김진섭
이제로부터서는 차차로 겨울에는 보기 드물던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다. 꽃을 재촉하는 봄비로부터 우울한 가을비에 이르기까지 혹은 비비하게, 혹은 방타하게, 혹은 포르티시모로, 혹은 피아니시모로, 불의에 내리는 비가 극도로 절약된 자연 속에 사는 도회인의 가슴에까지도 문득 강렬한 자연감을 일으키면서 건조한 대지를 남김없이 적실 시기는 이제 시작된 것이다. 참으로 비는 눈과 한가지로 도회인에게 남은 오직 하나의 변함없는 태고 시대를 의미하며, 오직 하나의 지묘한 원시적 자연에 속한다. 겨울에 변연히 내리는 편편백설이 멀고 먼 동경의 성국을 우리가 사는 곳에까지 고요히 고요히 싣고 와 우리에게 여러 가지의 아름다운 시취를 일으킬 수 있음에 못지않게 또한 비는 우리에게 경쾌하고 청신한 정감을 다양 다모하게 일으킬..
수필 읽기
2020. 7. 16. 14:13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