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물에 몸을 밀어 넣고 낚싯대를 붙들고 서 있다. 수면은 한풀 꺾인 볕살을 물고기비늘처럼 튕겨낸다. 번들거리는 물속에 잠긴 찌가 입질해오기를 기다리는 낚시꾼들의 표정이 깊다. 자연으로 돌아간 그들의 모습이 날선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하단에는 국지성 호우가 쏟아진다는 기상예보가 자막으로 떴다가 흘러간다. 텔레비전은 플라이 낚시를 방영중이다. 흰 벽을 가운데 두고 나는 거실에서 당신은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본다. 열어놓은 창으로 함부로 살았던 날들을 책망이라도 하듯 소낙비가 후려친다. 매운 바람살도 한 수 더 뜬다. 우리는 빗살무늬토기처럼 틀어박혀 제가끔 축축하다. 널브러진 신문마냥 퍼질러진 마음을 일으켜 허공에 팔을 뻗는다. 손바닥은 빗물을 움켜쥐면서도 눈은 연신 화면을 힐끔거린다. 비 냄새를 맡으며 이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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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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