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사의 노송 / 변종호
늘어선 노송군락이 방문객을 압도한다. 천년 고찰을 수호하느라 저마다 가슴팍에 상흔을 새기고 있다. 긴 세월 강인한 생명력으로 뿌리내리고 줄지어 서 있는 노거수는 오백 나한의 모습이다. 일주문 대신 들머리에 도열한 소나무는 하나같이 일제의 만행을 간직하고 있다. 수령 일백 년을 훌쩍 넘어섰을 노송, 제 몸을 톱으로 유린당할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도리 없이 진을 뽑아야 했던 민초의 가슴도 쓰렸으리라. 청도 운문사를 찾아가는 길이다. 정갈한 비구니 도량에는 보존하는 보물도 많지만 꼭 찾아보고 싶은 것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처진소나무이다. 우리나라 소나무 중 세 번째로 지정됐으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매년 음력 삼월삼짇날이면 비구니 스님들은 오백 년을 살아낸 노송에 막걸리 열두 말을 물에 희석하여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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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1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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