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밤에 비가 퍼부었다. 이른 새벽 비는 그쳤고, 고층에서 내다보는 도시는 안개에 휩싸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앞산이 힐끗 보였다 사라졌다. 바람과 안개가 적절히 섞여 나를 홀렸다. 속세의 번잡한 아침이 오기 전에 서둘러 도시를 빠져 나갔다. 경부고속도로 문수·옹천 IC를 빠져나와 들길을 달렸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이지만, 여느 시골과도 같은 익숙한 풍경이기도 햇다. 써레질을 마친 논 군데군데 모판이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모내기 철이란 걸 알았다. 풀내음이 났다. 그러고 보니 풀들이 제법 웃자랐고 숲은 한창 물이 올랐다. 멀지 않은 산들이 묵직했다. 구름인 듯 안개인 듯, 산허리쯤에 걸려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마음이 바빠졌다. 구름 속에 들기 위한 조급함이었다. 구름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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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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