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구산리 절터 -바람이 흔들면 못 이긴 척 따라 나섰다 / 박시윤
물길에도 오지가 있다. 한반도의 남쪽 울진에는 물길 오지라 불리는 왕피천이 흐른다.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울진군 온정면에 걸쳐진 금장산 골짜기와 만나, 이산 저산 이 골짝 저 골짝으로 숨어들어 몸을 불리며 왕피천이 된다. 세차게 흐르는 여울 아래 소용돌이치는 소沼가 여럿 있고, 소를 지난 물은 더 굳세게 아래로 휘몰아친다. 수달, 까막딱다구리, 딱새, 황어, 은어 등 이름마저도 맑고 깨끗한 생명이 목숨 붙이고 살아간다. 왕피천엔 어떠한 세상 소리도 없는, 오직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만 들린다. 사람 발자국 소리는 민망하기까지 하다. 낙동정맥 굽이굽이 돌고 돌아, 한껏 몸집이 커진 왕피천은 적막강산 고독과 사색을 품고 동해로 흘러간다. 늦가을이면 왕피천엔 연어가 돌아온다. 모천회귀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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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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