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연硝煙 잦아진 능선을 훑고 골짜기에 내려섰을 때였다. 바위 너덜겅 밑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움집 하나를 발견한 분대원 하나가 수신호를 보내왔다. 주검 같은 적막에 지질린 우리 수색대원들의 눈초리에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분대장은 나와 정 하사를 탐색조로 내려 보내고 만약을 대비해 엄호사격을 위한 자리배치를 지시했다. 채마전이라 할 처지도 못되는 손바닥만 한 텃밭엔 푸성귀 몇 잎이 6월 가뭄에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정 하사가 나직이 말했다. “백 하사, 자네가 안에 들어가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게. 나는 밖에서 망을 보겠네.” 그는 뭔가 켕기는 어투로 말하며 턱으로 집안을 가리켰다. 돌담에 걸친 사립 안을 들여다보니 머리가 하얗게 센 한 노파가 토방에 앉아 산나물인가를 다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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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1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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