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 / 김태길
동창 옛 친구가 찾아왔다. 시골 어느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그만두고 서울로 이사 온 지 두어 달 된다고 하였다. 점심을 함께 하며 정담을 나누었다. 화제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친구는 "노상에서 우연히 만난 제자가 집으로 놀러 오라고 명함을 주던데." 하면서 수첩을 꺼냈다. 그가 사용한 '제자'라는 말이 내 귀에는 생경하게 들렸다. 그 제자는 개인 병원을 차린 의사였다. 일요일이니 집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한 듯 친구는 수화기를 들었다. 그러나 의사는 외출하고 없어서 그 부인과 통화를 하는 모양이었다. 저쪽에서 누구시냐고 묻는 듯 친구는 자기를 '중학교에서 가르친 은사라고 소개하였다. 자기 입으로 '은사'라고 말한 것은 아마 실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자기를 은사라고 생각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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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5.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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