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는 핑계가 필요하다 / 배혜경
그녀와 처음으로 눈이 마주친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봄비가 꽃잎을 적시던 밤, 가게 문을 닫을 무렵에 한 여자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그녀는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더니 상기된 얼굴로 가게 안을 한 바퀴 들러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살피던 그녀가 진열대에 놓인 나를 발견하더니 아까보다 조금 커진 눈동자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우리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나는 언제나 문 앞에서 하염없이 그녀를 기다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현관문을 드나드는 그녀는 어쩌다 한 번씩 나를 보며 씩 웃어주었다. 급히 뛰어나가다가 그녀의 몸이 나를 툭 스칠 때면 내 가슴에 훈훈한 봄바람이 일었다. 며칠 후 그녀 집으로 몇 개의 택배 상자가 배달되었다. 한참 부스럭대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그녀가 몸에 딱 달라붙는 자전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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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2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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