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능력 / 권혁주
제11회 동서문학상 동상 생이란 사랑 외에 다른 소명을 지녔을까. 그건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마찬가지여서 마음을 열어 서로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크나큰 우주적 흐름 그 근원적 에너지를 공유하게 되는 게 아닐까, 엄마가 나날이 여위는 동안 나는 나이답지 않게 생각이 많아지고 엉성한 애어른이 되어갔다. 가마솥의 가장자리를 꼭 짠 행주로 문질러 닦아놓기도 하고, 쇠죽 끓는 뚜껑을 뒤집어 물을 데우기도 하고, 여섯 살짜리 동생을 말갛게 씻겨 놓기도 하고, 저녁마다 등불 켜듯 떠오르는 별들을 하나하나 이름 불러 잠재우기도 했다. 그 애가 떠난 자리는 거꾸로 매달린 우물처럼 캄캄하고 아슬아슬해서 우리들 누구도 똑바로 들여다본다거나 다가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돌아앉거나 먼 산을 바라보며 외면하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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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3. 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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