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내가 걷는 백두대간' 부제를 단 연작시집 - 산경표 공부 -내가 걷는 백두대간 서시 / 이성부 물 흐르고 산 흐르고 사람 흘러/ 지금 어쩐지 새로 만나는 설레임 가득하구나/ 물이 낮은 데로만 흘러서/ 개울과 내와 강을 만들어 바다로 나가듯이/ 산은 높은 데로 흘러서/ 더 높은 산줄기들 만나 백두로 들어간다/ 물은 아래로 떨어지고/ 산은 위로 치솟는다/ 흘러가는 것들 그냥 아무 곳으로나 흐르는 것/ 아님을 내 비로소 알겠구나!/ 사람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들 흘러가는지/ 산에 올라 산줄기 혹은 물줄기/ 바라보면 잘 보인다/ 빈 손바닥에 앉은 슬픔 같은 것들/ 바람소리 솔바람소리 같은 것들/ 사라져버리는 것들 그저 보인다// 그 산에 역사가 있었다 -내가 걷는 백두대간 1 / 이성부 오랫동안 나..
벼 / 이성부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와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우리들의 양식(糧食) / 이성부 모두 서둘고, 침략처럼 활발한 저녁/ 내 손은 외국산 베니어를 만지면서/ 귀가하는 길목의 허름한 자유와/ 뿌리 깊은 거리와 식사와/ 거기 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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