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 이원
이어폰, 귀는 열리고 입은 닫히는 순간 여기가 좋다. 안도 밖도 아닌. 두 개인 것이 좋다. 귀가 두 개인 것과는 무관하게. 밖에서 보자면 양쪽 귀를 막는 것이고, 안에서 보자면 어떤 세계가 계속 도착하는 것. 입이 아닌 귀에 관여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 입은 너무 많이 말한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입을 다물고 있으면, 미소를 짓고 있다 해도 왜 말은 하지 않고 웃고만 있느냐고 한다. 입은 말을 하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침묵의 기관이기도 한데 말이다. 누군가의 말이 들리기 시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입을 닫는다. 세계는, 입은 닫히고 귀가 열릴 때 시작되는 곳은 아닐까. 입이 닫히면 귀가 열리고, 귀가 열리면 눈도 열린다. 비로소 들리고 보인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귀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귀는 웅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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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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