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폰, 귀는 열리고 입은 닫히는 순간 여기가 좋다. 안도 밖도 아닌. 두 개인 것이 좋다. 귀가 두 개인 것과는 무관하게. 밖에서 보자면 양쪽 귀를 막는 것이고, 안에서 보자면 어떤 세계가 계속 도착하는 것. 입이 아닌 귀에 관여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 입은 너무 많이 말한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입을 다물고 있으면, 미소를 짓고 있다 해도 왜 말은 하지 않고 웃고만 있느냐고 한다. 입은 말을 하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침묵의 기관이기도 한데 말이다. 누군가의 말이 들리기 시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입을 닫는다. 세계는, 입은 닫히고 귀가 열릴 때 시작되는 곳은 아닐까. 입이 닫히면 귀가 열리고, 귀가 열리면 눈도 열린다. 비로소 들리고 보인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귀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귀는 웅크리고..

이원 시인 1968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세계의문학》 가을호에 「시간과 비닐봉지」 외 3편을 발표하며 시단에 나왔다. 현대시학작품상, 현대시작품상, 형평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 『사랑은 탄생하라』 등이 있다. 사랑은 탄생하라 / 이원 우리의 심장을 풀어/ 발이 없는 새/ 멈추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졌던// 하나의 돌은// 바닥까지 내려온 허공이 되어 있다/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아도 된다// 봄이 혼자 보낸 얼굴/ 새벽이 받아놓은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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