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가래이 / 박양근
그날은 당일로 돌아올 기차표를 끊지 않았다. 큰집에 갈 때면 늘 당일치기로 돌아오곤 했고 제삿날에는 늦은 밤차를 타고 내려왔다. 다음 날의 출근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특별한 일이 늘 가로막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고 와야겠다고 내심 작정했다. 부산으로 내려온 지 어언 스무 해가 넘는다. 그동안 가족 사정도 많이 바뀌었다. 형제들은 하나 둘 분가를 하였고, 무엇보다 집안 대주가 수를 다하면서 집안이 휑하니 빈 듯해져 버렸다. 당연히 어머니 혼자 집을 지키게 되었다. 어머니는 아직은 나다닐 정도여서 자식들에게 의탁하지 않아 마음 편하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명절의 소동을 묵묵히 지켜보고 계신다. 어릴 때의 일이다. 당시 여름철에는 모기가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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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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