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 / 박동조
내가 사는 곳은 오래된 아파트 육층이다. 엘리베이터가 없기에 여든 개의 층계를 올라야 우리 집이 나온다. 집까지 오르면서 마주치는 열두 집 현관문이 크기와 색깔이 똑같다. 십여 년 전에는 열쇠 구멍까지 같은 모양이어서 오밤중에 남의 집 문을 쾅쾅 두드린 술 취한 남자 얘기가 심심찮게 여자들 입에 오르기도 했었다. 서로가 낯선 얼굴로 살아가는 요즘은 자물쇠가 달라서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안면을 닫고 산 건 아니다. 자물쇠 모양이 똑 같았던 시절에는 이사를 가는 사람은 섭섭하다는 인사를 남겼고, 이사를 오는 사람은 떡을 돌려 안면을 텄다. 통로 사람들끼리 계모임을 만들어 도시락을 싸서 소풍을 가기도 했다. 시장에 갈 때는 이웃에다아기를 맡겨도 허물이 되지 않았다. 이런 얘기들은 그때 살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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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18.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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