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우 이청준 영전에 편안히 눈감은 자네 앞에서 통곡하는 대신 시를 읽게 될 줄은 몰랐네 어릴 때 굶주림에 시달리고 전짓불의 공포에 떨며 자란 우리는 그래도 온갖 부끄러움 감추지 않고 한글로 글을 써낸 친구들 아닌가 문리대 앞 허름한 이층 다방 차 한 잔 시켜놓고 온종일 묵새기며 시를 쓰고 소설을 읽었지 겨울날 연탄난로 가에서 자네가 읽어주던 '퇴원'의 초고에 귀 기울였던 청년들이 오늘은 늙은 조객으로 모였네 자네의 잔잔한 말소리와 조숙한 의젓함 얼마나 오랜 세월 안으로 안으로 아픔을 삼키고 다져야 그렇게 정겨운 웃음이 배어나오는지 그때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네 사랑이 부르는 소리 듣기도 전에 글쓰기를 시작해 한 편 두 편 세 권 네 권 마침내 사십여 년간 묵직한 책으로 울창한 숲을 만들었네 오직 언어의 힘..
시詩 느낌
2008. 8. 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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