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컥, 가만 조약돌 같은 슬픔이 솟구치더니 목울대에 걸린다. 눈시울에 물기가 고인다. 전깃줄에 촘촘히 앉아 있던 비둘기들이 포르르 포르르 전주천 시냇물가로 날아 내리는 순간, 느닷없이 그의 죽음이 함께 보였다. 죽음을 실현하는 그 순간, 그는 새처럼 날았을까? 블랙홀로 빨려들어 갈 것을 믿었을까? 그 순간 최상의 엑스터시를 느꼈을까? 살아 있던 그 모든 현재보다 행복할까, 죽음은? 그와 얘기하고 싶다. 꼬치꼬치 캐묻고 싶은 게 아니라 그가 아무거나 마구 지껄여댈 수 있도록 이야기의 실마리를 끌러 주고 싶다. 켜켜이, 마디마디에 쟁여 바윗덩이가 되었을 그의 속내를 드러내 준다면 고독하다 못해 무표정한, 밤의 호수 같은 눈빛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그는, 갔다, 그런 눈빛인 채로, 그 눈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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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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