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쓰러졌다. 육중한 몸이 바닥에 붙어버린 듯 움직이질 못했다. 방과 식탁 사이에 누운 그는 자신의 힘으로 일어나지도 돌아눕지도 못한 채 눈만 껌벅였다. 한쪽 팔과 다리가 축 늘어져 있었다. 그를 본 순간, 여자의 머릿속에는 어떤 영상이 스쳐 지나갔다. 며칠 전의 꿈 내용이었다. 기분 좋은 꿈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나쁜 꿈도 아니었다. 잠에서 깬 뒤, 꿈은 곧 잊혔다. 다만 뭔지 모를 복잡한 일들이 한꺼번에 터졌던 기억만 남아 있었다. 어딘가로 한없이 쫓기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주위 사물들이 형체 없이 사라진 것 같기도 했다. 쓰러져 있는 그를 보자마자 왜 꿈이 떠올랐는지 여자는 알 수 없었다. 어떤 예감을 상징하듯 의식은 자꾸만 한쪽으로 흘러갔다. 입던 옷 그대로 그는 구급차에 실..

바퀴 / 장미숙 2015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자전거가 푹 주저앉아 버렸다. 공사현장 옆 도로를 구르고 난 뒤였다. 뒷바퀴 타이어에서 쉭쉭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자전거가 묵직해졌다.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니라, 땅을 숫제 끌고 가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날카로운 뭔가 바퀴에 구멍을 낸 게 분명했다. 타이어는 벌써 바람이 다 빠져 버렸는지 납작하게 땅에 붙어 있었다. 돌덩이처럼 무거워진 자전거를 끌고 자전거 수리점을 찾았다. 굴러갈 때는 한없이 가볍던 바퀴가 끌고 가려니 짐 덩어리에 불과했다. 수리점 아저씨는 손쉽게 자전거에서 바퀴를 분리했다. 바퀴가 분리되자 자전거는 순간 기능을 잃고 기우뚱댔다. 바닥에 널브러진 바퀴를 보고 아저씨는 혀를 끌끌 찼다. “아따, 요놈도 엔간히 힘들게 살아왔네. 너덜너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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