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갖춘마디 / 윤미애
20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 그분이 오셨다. 섣달 열여드레 시린 달빛 받으며 오신 모양이다. 서걱대던 댓잎도 잠든 시각. 제주가 위패에 지방을 봉하자 열린 대문사이로 써늘한 기운 하나가 제상 앞에 와 앉는다. 선뜻 들어서지 못하고 망설이다 들어온 걸음일까. 촛불은 병풍에 두 남자의 실루엣을 그리며 천장을 향해 솟는다. 허리가 꾸부정한 제주가 한 순배 술을 올리고 용서라는 절을 하자, 고개 숙이고 있던 그의 아들은 신뢰라는 절을 한다. 망자의 아들과 그 아들의 업둥이가 지내는 내 아버지 제사 날이다. 큰 오빠는 아버지에게 못갖춘마디 같은 자식이었다. 깨진 유리온실 속의 시들어 가는 화초 같은 아들이었다. 가슴여미는 아픔으로 무섭게 스치거나 소용돌이치다가 비워진 쉼표와 마지막 마디의 음표가 만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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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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