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 윤경화
마을 사람들과 밤 산책을 나섰다. 달이 손에 잡힐 듯한 산기슭에 멈춰 서자 밤하늘이 통째로 가슴에 스며든다. "좋다." 사람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꽃처럼 터진다. 말수가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 심지어 글을 쓰는 사람도 함께 터뜨린다. 말복을 지난 산마을의 달밤, 선선한 바람이 좋고, 운수납자도 홀린 구름이 좋고, 그 사이의 무애한 달이 좋아 환장할 것 같은 그 마음을 담은 한마디. "좋다." 늙수그레한 경상도 아지매들의 담백한 감탄사에 나는 반하고 말았다. 인간이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는 순간 내면에서 유로하는 순도 높은 감정의 확실한 표현이 아닌가. 무의식의 저변에 가라앉아 있는 그 무엇까지 긁어 올리려는 나의 서글픈 몸부림에 비하면 가슴이 뻥, 뚫리는 말이다. 마을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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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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