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내리다 / 노정옥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은상 길은 줄이다. 줄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길이 만남을 만들고 줄이 사람을 만들어 내는 가운데 저마다의 삶에는 갖가지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다. 만약 누군가가 옛길을 찾아 간다면 이는 과거의 어느 줄을 만나려는 갈망 때문이다. 가늘디가는 정맥 같은 산동네 집들이 골목을 따라 줄처럼 이어져 있다. 곁지기인 그와 나는 은혜를 갚는 까치의 심정으로 골목을 접어들었다. 사십 여 년이 지난 세월이건만 이곳만은 세월도 비켜갔나 보다. 그가 한 하꼬방 앞에 섰다. 집이 주인을 닮는 것일까, 아니면 주인이 집을 닮는 것일까. 사람은 분명 바뀌었는데 내미는 얼굴은 낯설어도 여전히 낯이 익다. 엄동설한, 아궁이 연탄불도 못 피울 형편이었을 때, 감자나 강냉이를 간간이 건네주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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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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