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 손광성
몇 년 전 고희를 맞은 친구에게 지팡이를 선물한 적이 있다. 몸도 마음도 부실한 나이. 믿음직한 시종 한 명을 붙여준 기분이었다. 옛날 동양에서는 아무나 지팡이를 짚을 수 없었다. 마을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 조정에서 벼슬이 으뜸인 사람, 모든 이들이 우러르는 사람을 삼달존三達尊이라 했는데, 그 세 가지 조건 가운데 어느 하나를 충족시켜야 가능했다. 서양에서는 중세 이후 기사騎士가 신사紳士가 되면서 칼을 쥐던 손이 대신 스틱을 잡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젊은이들이 지팡이를 짚는 풍습이 생겼던 것이다. 개화기에 서구문물이 밀려들어올 때 이런 유행도 따라 들어왔다. 한때 지팡이를 개화장開化杖이라 부른 것은 그 때문이다. 삼달존에 관계없이 단장을 휘두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수필가 김동석은 나이 서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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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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