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주세요 / 류경희
스물네 절기 중 가장 재미있는 이름을 꼽으라면 경칩을 우선으로 들 만하다. 경칩警蟄은 놀랄 경驚과 숨을 칩蟄이 합쳐진 단어니, 글자만으로도 몰래 숨어 있다가 깜짝 놀라는 우스꽝스런 광경이 연상된다. 겨우내 얼었던 얼음장이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우수雨水 무렵부터 서서히 녹기 시작해 이날 드디어 갈라져 버리는데, 얼음 깨지는 소리에 개구리가 깜짝 놀라 뛰쳐나온다 해서 경칩이라는 이름을 붙였단다. 그러나 놀란 동물이 개구리만이겠는가. 숨을 칩蟄은 잡을 집執과 벌레 충蟲이 한데 어우러져 이루어진 글자이니 잠에 취해 몽롱한 채 있던 온갖 곤충들이 이때쯤 일제히 뛰쳐나오게 된다는 의미인 듯싶다. 그런데도 경칩하면 개구리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까닭이 별일이다. 사실 경칩 무렵은 개구리에겐 가장 고통스런 때다. 경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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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3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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