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장날 / 김소운
그 날이 아마 창원의 장날이었던지, 찻간에는 짐을 가진 이가 많았다. 경부간에 해방자호가 다니던 시절이니, 그 때만 해도 옛 말이다. 진해를 두어 역 앞두고, 기차가 상남 성주사간을 달리고 있다. 그 때는 이 찻간에도 유리창이 있고, 좌석이 있었다. 물론 전등도 켜져 있었다. 내 옆 자리에 총을 가진 순경 하나가 있는 것을 외투 겉으로만 보고 나는 처음 군인인 줄만 알았다. --오늘 쌀값이 얼마나 갑니까? 북쪽 말씨로 그 순경이 어느 장꾼 노인더러 묻는다. 그 노인이 두어 말짜리 쌀 부대 하나를 가졌다. 얼마얼마 하더라는 대답이다. 순경과 노인 사이에 몇 마디 문답이 오고 간다. --쌀은 장사하려고 사 가시나요? --그저 장사가 되면 장사를 하고 집에서 먹게 되면 먹고 그렇지요. --어디까지 갑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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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3.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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