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여사 잔칫날 / 윤영
청송 주산지 아래 펜션으로 6남매가 모여들었다. 개골창 나무는 살갗이 터져 잎과 꽃을 피워냈지만, 느지막이 내린 사월 봄눈이 허옇다. 그리 잘 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고만고만한 자식에 사위, 며느리, 손자 손녀들이 다 모이니 당신 표정 안온하다. 뜨신 방에 등 맞대고 ‘깔깔 흐흐’ 수런수런 밤 길다. 창으로 오리나무 어리고 이슥도록 호랑지빠귀 울음 그칠 줄 모르는 저녁. 아침이 되자 광산김씨 김채용 여사의 팔순잔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수륙진미를 벌여 놓은 진연 상은 아니지만, 바글바글 끓는 미역국에 당신 좋아하는 음식들로 상다리 휘어진다. 꽃바구니, 돈바구니가 오르고 손자 손녀들이 내미는 선물 증정식에 괜스레 허리에 두른 복대를 풀었다 붙였다 하는 채용 여사. 명색이 글쟁이랍시고 둘째 딸인 내가 편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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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1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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