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준다면 / 오순자
중국 항주에서였다. 시인 소동파와 한나라 광무제가 누렸던 흥취에 젖어보려고 서호에서 배를 탔다. 두 시간 동안 서호를 한 바퀴 돌면서 어느 쪽을 둘러보아도 절경이었다. 서호를 월나라 미녀 서시西施에게 비유하여 날이 개이면 개는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아름답다고 노래한 소동파의 시심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날 밤 일정은 송성가무 쇼를 보는 것이었다. 극장 문 위에 붙어 있던 편액의 글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給我一天 還你千年: 나에게 하루를 준다면, 당신에게 천 년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구경하고 천 년을 돌려받으면 횡재라고 생각하면서 왁자지껄한 객석에 앉았다. 공연 중에 천 년 전의 송나라 역사 사건이 등장했고, 편액의 뜻이 이 사건을 말하고 있음을 알았다. 극장을 나오면서 나는 여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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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2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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