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를 그려주는 세탁소 / 임인숙
제9회 동서문학상 동상 초상화를 그려주는 세탁소 오늘도 그 세탁소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벌써 보름째다. 며칠 전에 문 앞에 써 붙인 옷 찾아가실 분 연락주세요 000-000-0000 라는 흰 종이만이 찢긴 채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나와 이 세탁소의 인연은 5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입주를 하고 남편의 옷을 맡길 세탁소를 찾던 중 외진 골목이지만 그럭저럭 집과 가까운 곳이기에 선택한 것이다. 남편의 양복바지 두어 벌을 들고 처음 그 집에 들어섰을 때 주인아주머니는 커튼으로 드리워진 내실에서 이제 막 낮잠에서 깨어난 듯 부스스한 얼굴로 내게 다가 왔다. "네. 어서 오세요. 옷 맡기시려고요? 드라이요?" 마땅한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 아주머니는 내 손에 들 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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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28.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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