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글밭을 짓다 / 허숙영
2021 호미문학대전 금상 초여름 이랑사래는 초록 문장으로 빼곡하다. 너른 밭이랑 곳곳에 나름대로 구두점이 찍혀있지만 나는 수시로 난독을 하고 만다. 고추 감자, 채소들은 목차에 일치감치 자리매김을 끝내고 느긋하다. 마지막으로 심은 참깨가 애를 태웠다. 연장 탓으로 돌려보지만 탈자가 너무 많았다. 띄어쓰기도 제대로 되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흩뿌린 티가 난다. 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표가 난다. 실패를 거듭 한 후에는 손으로 직접 씨앗을 넣고 흙을 덮어주었더니 겨우 자리를 잡았다. 세 번째 씨를 뿌린 뒤에야 겨우 착상이 된듯하다. 깨알 같은 단어들이 오종종 실눈을 뜬다. 제대로 된 문장하나 건지기 위해 이렇듯 애를 쓰는데 제아무리 단단한 땅인들 품을 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단단히 뿌리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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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9.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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