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자 시인
파란 대문에 관한 기억 / 최문자 막다른 집에서 꽤 오래 산 적이 있다./ 헐어빠진 나무대문들을/ 희망처럼 보이게 하려고/ 페인트로 파랗게 칠을 했었다./ 대문의 나뭇결은 숨을 그치고/ 그날부터 파랗게 죽어갔다./ 늦은 밤 돌아와 보면/ 길고 좁은 골목 마지막 끝에/ 자기 그림자 꼭 껴안고/ 바다 속으로 뛰어들 것 같은/ 그런 흔들림으로 서 있던 파란 대문/ 그 대문을 바라보고/ 가끔 생각난 듯 개가 짖어댔다./ 덧바른 낯선 색깔을 알아보고 짖어댔다./ 어느 날은/ 죽은 나무대문이 다시 나무로 살아날 것처럼/ 사정없이 짖어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긴 골목도 없이 나를 막아서는 802호/ 지금은 거기에 산다./ 열쇠를 돌리려면 한참씩 문 앞에서 달그락거리지만/ 잠긴 저 안은 언제나 쇠처럼 고요하다..
시詩 느낌
2021. 11. 1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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