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 최운숙
한 여인이 펼쳐진 억새밭에서 춤을 춘다. 느릿느릿 일정한 형태도 없이 흐느적거린다. 마치 내면의 슬픔을 끌어내듯 춤이 진행된다. 그녀의 의식에 따라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다 눕는다. 영화 의 시작 장면이다. 친정엄마는 한 번도 당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았다. 할머니의 매운 시집살이와 아버지의 가벼운 주머니도 말없이 받아냈다. 구성지게 뽑아대는 판소리 여섯 마당이 아버지의 목소리로 주막에서 흘러나왔을 때도, 한나절 내내 약장수와 어울려 다니다 분 냄새 풍기고 들어와도 모른척했다. 남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웠으나 가족에게는 불같았던 아버지와 달리, 훅 불면 날아갈 듯 한 가랑잎 같은 엄마가 가정을 지키는 것은 사막의 낙타처럼 감내하는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갈 수도 없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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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2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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