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야, 해가 바뀐 지가 엊그제 같은데 곧 이월일세. 겨울은 흰 눈이 풍성하게 내리고 모진 바람 소리가 창공을 휩쓸어야 제맛인데, 올겨울은 눈 구경도 힘들고 추위도 흐지부지 지나가는가 봐. 겨울을 사랑하는 어떤 사람은 북풍한설 속을 걸을 때 인류가 태어난 태고의 향기를 느껴볼 수 있다고 하네. 그는 아마도 우리 인류의 핏속에 흐르는 빙하기의 DNA를 좀 더 많이 간직한 사람일 거야. 친구야, 자네가 유명을 달리한 지도 벌써 열흘이 넘는구먼. 며칠 전에는 자네가 나갔다는 메시지가 단톡방에 떴어. 아마도 자네 가족들이 유품을 정리하면서 카톡도 탈퇴시켰겠지. 아니면 주인 없는 핸드폰에서 간단없이 울리는 진동음이 마치 갓난아기 기침 소리처럼 듣기 괴로웠을 수도 있어. 그 메시지가 뜨고 나서 한참 동안 단톡방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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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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