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소리 / 최민자
딴딴하고 말쏙한, 그러면서도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아보카도 씨에게는 씨앗보다 씨알이 더 잘 어울린다. 기름진 살 속에서 막 발굴된 그것은 멸종된 파충류의 알 화석을 닮았다. 세상을 향해 분출시키고 싶은 강렬한 에너지가 강고한 침묵으로 뭉뚱그려져 있다. 씨알이 내게 침묵으로 명한다. 날 심어 줘, 쓰레기통 같은 데에 버리지 말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해줘……. 수박씨나 복숭아씨 같은 것을 버릴 때도 마음이 썩 편하지만은 않았다. 애써 무르익힌 과육을 송두리째 헌납하는 푸나무들에게도 통 큰 계산이 있을 법한데 인간들은 모르는 체 제 잇속만 챙긴다. 흙에 묻어 주면 수백 곱절 되돌아올 생산성을 원천적으로 박탈해 버리면서도 미안해하거나 고마워할 줄을 모른다. 심지도 버리지도 못한 씨알을 싱크대 위에 올려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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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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